[데스크 칼럼] 샌프란시스코는 왜 망했나

입력 2023-08-21 17:47   수정 2023-08-22 00:15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불려온 샌프란시스코에 최근 다른 별명이 붙었다. ‘제2의 디트로이트’다. 1950년 185만 명에서 오늘날 63만 명으로 인구가 감소한 디트로이트처럼 망해가고 있다는 얘기다.

샌프란시스코 인구는 2020~2022년 7.5% 감소했다. 사람만 줄어드는 게 아니다. 지난 6월 객실 규모 1, 4위 호텔인 힐튼샌프란시스코유니온스퀘어와 파크55가 파산했다. 관광객이 돌아오지 않아서다. 또 메타, 스냅, 페이팔, 에어비앤비, 우버, 슬랙 등 수많은 기업이 떠났거나 사무실을 축소했다. 부동산 업체 CBRE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도심 사무실 공간의 31.8%가 비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엔 6%에 불과했다.
극단적 진보 정책…마약까지 제공
기업이 문을 닫고 소매업체가 떠나는 이유는 같다. 범죄와 절도 그리고 직원을 안전하게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조직화한 절도 증가’를 이유로 작년부터 5개 점포를 줄줄이 폐쇄한 월그린 시내 매장 평균 도난액은 전국 평균의 네 배였다.

문제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유명 벤처캐피털인 세콰이어의 마이클 모리츠 파트너는 지난 2월 뉴욕타임스에 ‘나 같은 민주당원도 샌프란시스코에 지쳤다’라는 글을 기고했다. 민주당에 15년간 1100만달러를 기부했다는 그는 “샌프란시스코는 시 정부를 맘대로 주무를 줄 아는 작은 그룹의 민주당 동료에 의해 불구가 됐다”고 탄식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민주당 일색의 도시다. 시는 시의회 없이 시장과 입법조직인 11명의 감독위원회에 의해 운영되는데 시장은 1965년 이후, 감독위원회는 1975년 이후 민주당 소속으로만 구성돼 왔다.

일당 지배가 이어지다 보니 진보적 정책은 점점 더 극단으로 흘렀다. 2014년 시는 마약 소지를 중범죄에서 경범죄로 낮췄다. 2019년 지방검사가 된 체사 보딘은 마약 소지 등 경범죄를 기소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단속하는 건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는 조치로 여겼다. 2011년 절도 사건 범죄자의 약 70%가 체포됐지만 2021년엔 15%만이 체포됐다.
민주당 지배 50년, 경쟁 필요
2020년 터진 코로나 팬데믹은 극단적 정책을 심화시켰다. 시는 전염을 막겠다며 마약 및 절도죄를 지은 죄수를 풀어줬고, 수천 명의 노숙자를 호텔에 장기 투숙시켰다. 이들이 거리를 돌아다니지 않도록 마약까지 공급해줬다. 도심 야영도 합법화했다. 시청 옆에 ‘텐더로인 센터’를 세워 무료 샤워, 세탁실, 화장실뿐 아니라 깨끗한 (마약용) 주사기도 제공했다. 범죄가 확산하고 노숙자가 도심을 점령한 배경이다.

견디다 못한 시민들은 작년 6월 소환 투표를 통해 보딘 지방검사를 해임했다. 하지만 변화는 느리다. 샌프란시스코 정치인들은 소매업체가 문 닫는 건 온라인 쇼핑 확산 탓이고, 마약은 미국 전체의 문제이며, 노숙자와 절도는 원래 많았고, 폭력과 살인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둘러댄다.

경쟁은 경제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정치에도 경쟁을 통한 견제와 균형이 필수적이다. 샌프란시스코를 보면 한 정당에 대한 맹신 그리고 정책 극단화가 도시 몰락을 부른다. 점점 더 양극화되고 그 끝단에서 팬덤으로까지 변질하고 있는 한국의 정당정치 문화를 걱정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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